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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듣다 – 3

3. 프라하를 걷다

사실 프라하에 대해선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아빠가 프라하로 출장을 다녀 왔는데 너무 좋았다며 강력하게 추천했고, 유럽 여행을 빨리 끝마치기 아쉬워 겸사겸사 끼워 넣은 곳이었다. 바르셀로나 공항 시스템은 너무 복잡했고,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아침에 정성스레 싼 샌드위치를 담배냄새 맡으며 입에 우겨넣고 프라하 행 비행기에 올랐다.

밤이라기엔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프라하. 우리나라에선 프라하 돈을 환전해주는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시내로 나가서 환전을 한 뒤 숙소를 찾아 떠났다. 따뜻한 바닷가였던 바르셀로나에 있다가 프라하로 오니 얼마나 춥던지… 바르셀로나에서의 옷차림으로 왔던 우리는 금새 후회하며 길 한가운데에서 캐리어를 뒤져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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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가자 – 2

여기는 가우디 도시

셜록이 들고 다닐 법한 여행 가방을 든 하얀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아 영어책을 보고 계신다. 곱게 나이 들어 보이는 하얀 할아버지에게 문득 말을 붙여 보고 싶었지만 그다음 일어날 뒷감당을 할 수 없으니 입을 꾹 다물고 스페인 여행서를 급 초치기로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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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듣다 – 2

2. 바르셀로나를 걷다

중학교 때 가우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나는 일종의 판타지가 생겼었다. 곡선과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 가우디. 카메라에 담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름다운 내부를 보며 언젠가 그곳에 꼭 가겠노라 다짐했는데, 정말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찾아 보니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인기가 상당해 예약제로 운영되었으며 피시방처럼 정해진 관람 시간이 있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비싸거나 티켓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해 미리 한국에서 예매를 한 상태였다.

일부러 숙소도 가우디의 건축물들의 한 가운데에 잡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바트요, 카사밀라 세 건축물의 중앙 지점이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 밤이었고, 우리는 기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먼저 숙소를 찾아 체크인하고 짐을 놓은 후에,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발견한 마트에서 아침에 먹을 만한 것들을 사고 돌아와 죽은 듯이 잤다. 이상하게도 이 때의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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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가자 – 1

“엄마랑 가자!”

휴학 후 초심과 달리 엿가락처럼 늘어진 큰아이에게 제안했다. 휴학하면 하고 싶은 많은 것들 중에 배낭여행이 있었지만 실천하자니 내일이 오늘 같아 굳이 오늘 계획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는 꼴을 보려니 비행기 표는 비싸진다고 하지 그럼 숙박도 여의치 않을 거 같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입이 먼저 저지르게 내버려뒀다.

딸아이 반응은 좋았다. 케잌을 어떻게 예쁘게 썰까? 망설이던 와중에 숟갈로 떠먹은 격이다. 나도 울 큰애도 계획 형 인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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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듣다 – 1

플라이트그래프 사용자의 여행기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

0. 여는 글

휴학을 했던 작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13일동안 엄마와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다들 유럽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데, 혼자 갈 용기는 없어 엄마와 손을 잡고 떠났다. 엄마랑 둘이 온전히 보내는 시간. 엄마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또다시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시간이었다. 엄청난 영감이 내 머리를 후려친다든가 하는, 인생이 180도 바뀔만한 경험은 아니었다. 우리의 유럽 여행은 조용하고, 잔잔했다. 하지만 내게 무언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권태로 점철되어 있었던 그동안의 일상에 무언가가 들어왔으니까. 아마 죽기 직전까지 이 기억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삶이 권태로워 질 때에,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고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싶다고 느낄 때에 유럽을 떠올린다. 언젠간 다시 가고 싶은 그 곳. 그때에 느꼈던 감정,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내 손으로 다시 구성해 내 보려고 한다. 이 글은 내 기억을 더듬어 다시 떠나는 여행이며, 완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읽는 사람들도 함께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다 건너 어딘가 존재하는 그곳을 거닐며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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