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포루투갈! 하면 내 마음속에 들어 온 숙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덜 짠 맛집과 짠 맛집들.

스페인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벼르고 벼르던 남편. 난 주문하는 순간이 고역이라 처음 몇 번은 재미있었는데 그 다음 부터는 그냥 햄버거 가게나 슈퍼에서 샌드위치나 사서 먹길 원했다. 그런데 식구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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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는 작은 애. 고기 좋아하는 남편. 상처때문에 좀 조심스럽게 먹어야하는 울 큰애. 무슨 음식이든 와인이나 물 음료랑 먹는 이 나라의 음식은 대부분 짰다. 그런데 짜도 짜도 너무 짠 집이 있고 덜 짠 집이 있는데, 먹고 나야 알지 그 짠 정도를 알 방법이 없었다. 물하고 먹다 질려서 와인이랑 먹고 났더니 얼굴이 와인 색이 된 우리 둘째와 난 그래도 거기서 물보다 와인이나 샹그리아가 맛있다는 걸 알았다.

아빠랑 다니니 잘 먹는 다며 나랑 바르셀로나 다니며 먹었던 큰 애 이야기를 들으니 남편이 나와 다른 점이 있어 가족여행 할 때는 다행인 점도 있다고 인정했다.

펍 같은 곳에서 먹은 피자나 셀러드? 그리고 수제 햄버거. 가다가 들린 곳에서 우연의 감동을 받는다. 검색해서 갔는데 의외의 곳도 있었고 미쉘링 식당이 있어 어디서 이런 음식을 먹어 보냐며 들린 식당에서의 실망은 지금도 너무 너무 커서 미쉘링 믿음을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

여기서 깨달은 진리는 해산물 구이 또는 고기 구이 그리고 볶은 밥은 어느정도 맛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먹는 커피와 달콤한 빵. 어디든 맛있다.

첫 주문에 버벅거리던 추러스와 커피.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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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이 커피와 함께 아침을 해결하는 평범한 추로스 집 [편집자]
나중에 그곳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밖에서 간단하게 추러스와 초코 녹인 것, 그리고 커피를 먹는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처음 손가락으로 눈으로 주문해서 겨우 먹은 추러스는 다른데서 못 먹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또 먹었다. 두 추러스 모두 설탕이 뿌려지지 않은 바삭하고 고소한 빵이었다. 미쉘링 집보다 추러스 집에 별 5개를 주고 싶다.

지금 갱년기 엄마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자식을 향한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다. 아플까? 힘들까? 노심초사 지켜보는 마음은 한고비 두 고비를 넘길 때마다 아이들이 대견하고 그 앞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늘 초보일 수 밖에 없는 서툰 부모와 함께 하나의 획을 긋고 가족여행을 왔다. 이번 여행이 나에겐 하나의 마무리라는 의미가 있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운동 같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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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별로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는 듯 하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번 그저 여행 동안 느긋하게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이 되다가 그냥 다 놓아 버리는게 답이라 생각된다.

여행은 갇혀있던 생각을 열어주는 문이 되기도 한다. 집에서 혼자 싸 안고 있던 고민이 낯선 이곳에서 우연치 않게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돈 아끼려고 골동품처럼 생긴 주차비 정산 기기에서 온갖 추측을 동원해 동전을 넣다가 결국은 더 지불한 꼴이 되었던 경험도. 주차장에서 정산하느라 남편이 고생하다 덕담으로 끝나긴 했지만 기다리던 우리도 주차기랑 씨름한 남편도 태산같이 걱정한 시간도. 서둘러 다음 숙소로 나오며 구경하자고 했다가 그마저도 주차장이 여의치 않아 그냥 패스 하며 들어선 길거리가 인산인해에 길은 얼마나 좁던지. 그 때 상황은 악몽이었지만 지나니 다 얘기 거리가 되었고 좁은 길을 힘들게 탈출하다시피 그라나다를 벗어나 아쉬워 하던 예쁜 물건들도 모두 추억이다. 다음엔 그라나다 널 보러 다시 올 거다.

아쉬워서일까?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숙소를 향해 신나게 달리다 화장실도 출출함도 해결할 겸 들린 식당에서 잘 먹고 사진도 찍고 나와서 열심히 한시간 정도 달리는데, 배가 불러 졸음이 살살 오는 남편이 걱정되서 비타민 씨를 챙겨준다고 가방을 찾는데…

‘두둥!’ 가방이 없다.

하여간 여행지에서 난 꼭 대형 사고를 하나씩 친다.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길을 밟아보려 사고 쳤다고 치자. 졸던 아이들 포함 졸음이 오던 남편도 싹 달아났다. 졸음 쫓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가방 찾아 왕복 2시간 정도를 더 썼다. 가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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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서 알리칸테 가는 길에 위치한 SierraBaza Stop, 우리네 휴게소 쯤? [편집자]
얌전하게 내가 앉았던 의자에 걸려있었다. 가족과 그 가게 주인 보기가 이렇게 민망할 수가. 낯선 동양인 가족에 대한 첫인상을 제대로 남겼다.

아까 먹고 출발한 간식은 벌써 소화가 되었으니 뻔뻔한 얼굴로 온전한 점심을 든든히 사먹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일진이 가방을 두고 왔기에 망정이지 우리들이 가방 두고 왔으면 그 질타를 어찌 받았겠냐며 두고두고 놀렸다.

난 그렇게 엄마로써 가족에게 여행에서 필요한 추억거리를 하나 선사했다.

여행지에서 기념품 가게를 들어가면 나와 우리 딸들은 눈이 빛난다. 뛰어난 유적지의 건축물들을 보면 사연이 궁금해서 찾아 보긴 하지만 금새 지쳐 버린다. 이유가 뭘까?

남편은 그런 우리들에게 혀를 끌끌 차지만 소소하게 파는 작은 모자이크 타일 거울이나 작은 도자기 물건이나 수공 신발, 그리고 대문에 다는 똑똑이 또는 이곳 특유의 무늬가 있는 스카프, 그리고 마트에서 산 사탕과 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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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들 기념품으로 나눠주려 사긴 했지만 고민했던 것 보다 집에 와서 풀어 놓으면 늘 부족하다. 딱히 뭐에 사용하진 않아도 집에 와서 늘어 놓고 하나하나 처다 보면 그 때 고민하던 그 가게 풍경과 주인과 주변의 골목 건물 등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어떤 생각과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그래서 기념품이라고 하나보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이 쯤 되면 우리에겐 고가의 물건들이 된 셈이다.

오는 날 일본에서 무박 료칸을 즐겼다.

원래는 기간이 좀 더 가능하면 규슈까지 날아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려고 했었다. 뒤늦게 결정된 작은 아이 일정으로, 나리타에서 무박 하루를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일본에서 필요한 것들만 사고 바로 귀국하는 일정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결과적으로는, 일본 다이소에서 몇가지 생필품만 사고 거의 쇼핑을 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포루투갈이 훨씬 질 좋고 싼 거 같은데, 싸다고 팔지만 비싼 일본 제품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게다가 목욕하고 뭐 먹고 나니 나른함에 쇼핑할 체력도 안되었고. 그렇게 우리가족 여행의 10일 일정은 끝났다.

지금 큰아이는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잘 지내고 있고 이제 대학생이 된 둘째는 아주 즐겁게 자신의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여행 후 돌아오면 큰아이는 독일로 작은 아이는 포항으로 각자 집을 떠나니, 아이들을 다독이던 나도 걱정이 많이 되었기에 여행 내내 안쓰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 없는 마당에서 여행계획을 주말 마다 짠다. 큰아이가 있는 곳으로, 작은아이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가끔은 집 주변 식당으로.

우리 삶은 비행기 타고 가느냐? 걸어가느냐? 차 타고 가느냐? 아니면 집에서 뒹구냐? 만 다를 뿐 매일매일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거다.

 

*** 글쓴이의 여행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아래는 여행 계획을 세웠던 편집자가 추가한 여행정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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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소개된 여행 경로를 다시 한번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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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기와 동일한 경로를 같은 여행기간으로 다녀오는 2019년 설연휴 항공권입니다. 물론 항공권 성수기? 다 같은 성수기가 아니다!에서 설명한대로 설연휴는 성수기이지만 겨울은 비수기이므로, 지금은 너무 이른감이 있습니다. 아마도 여름이 무르익어야 겨울 특가가 나올테고, 이 때쯤 예약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글쓴이의 가족은 8월30일에 인당 56만원에 발권했습니다. 이후 더 싼 가격의 특가가 나왔지만, 이미 같은 일정에 최저가로 4좌석을 확보할 수는 없었기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여행기에서 썼듯이, 이후 계획이 바뀌어 도쿄에서 바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후쿠오카로 가는 마지막 구간은 취소했구요. 1년 전 다녀온 규슈를 덤으로 가서 여독을 푸는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사정상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행 기간을 좀 더 늘릴 수 있다면 런던이나 도쿄에 스탑오버를 추가할 수도 있고, 후쿠오카를 삿포로 등의 일본 내 다른 도시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마드리드나 알리칸테를 유럽내 다른 도시도 바꾸는 것도 물론 가능하구요.

저희 가족은, 충분히 저렴한 항공권과 겨울 비수기의 저렴한 호텔비(2편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착한 물가 덕분에, 작은 예산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겨울에도 그리 춥지않아 여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명 관광지도 그리 붐비지 않아 좋았구요. 여행 중반을 넘어서 나름 대도시인 세비야에서야 처음으로 한국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겨울 여행의 또다른 단점인 짧은 해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는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밤에 피는 장미’라는 표현에 걸맞게 많은 레스토랑이 밤 9시에야 문을 열 정도이니 해가 진 이후라해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비수기 겨울 여행을 고려해 보세요.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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