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서 온라인에서 구입한 항공권은 7일이내 취소시 전액 환불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비슷한 문제에 대한 세번째 이슈화다. 소비자원이 국내법을 근거로 환불불가로 판매한 해외 호텔 예약의 취소 시 환불하도록 단속하겠다는 발표가 첫번째고,  공정위가 출발일이 91일 이상 남은 항공권의 취소 수수료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하는 항공권 약관 시정 관련 발표가 두번째다.  하나같이 모든 언론이 발표내용을 그대로 옮기고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것 처럼 기사를 썼다. 과연 올바른 방향의 개선일까? 이런 방향으로의 개선(?)이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아직 1심 판결일 뿐이다. 또한 판결문을 구해서 읽어보지 못했으나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항공사는 당연히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진행이 어찌되는지도 관심거리이지만 필자는 법률 전문가도 아니니, 이 글에서는 과연 이번 판결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어보자.

먼저 짚고 넘어갈 사실은, 어떤 항공권이든 호텔방이든 소비자로서는 자유롭게 환불가능한 상품을 본인이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의 호텔방이나 항공권을 구입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전 글의 일부를 잠시보자.

호텔, 항공권 등 대부분의 여행 상품은 특정일이 지나면 가치가 ‘0’이 되는 상품, 즉, 썩는 제품(Perishable Goods)이다. 따라서 호텔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동률을 높이고 빈방을 없애서 매출을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영 목표이다. 최대한 호텔 객실의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옵션과 가격대로 방을 팔고 있다. 그 결과 어떤 방은 수개월 이전부터 환불불가 조건으로 싸게 팔고, 어떤 방은 투숙일 당일 오전까지만 취소하면 환불 수수료를 받지 않고 취소할 수 있는 조건으로 판다. 전자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는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후자는 출장이나 상대적으로 비용에 부담을 덜 느끼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호텔들의 이러한 판매 방식은 전세계 공통의 매우 일반적인 판매 방식이다. 호텔뿐만 아니라 항공, 렌터카 등 대부분의 Perishable Goods는 유사한 판매 방식, 즉 해당 상품을 정가보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는 환불 불가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정부가 나서서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의 호텔방이나 항공권을 팔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필자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싼 항공 운임이나 호텔방은 환불불가 조건을 어김 없이 달고 있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사회적인 제도와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 선진국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의 호텔방이나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호텔이나 항공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롭게 환불가능한 호텔방이나 항공권만을 판매할 수 있다면, 가격은 그만큼 올라갈 것이고 부자가 아니라면 여행을 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환불을 요청하며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판결의 원고도 아내의 임신을 알고 유산의 위험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환불을 요청한 경우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원고의 특수한 사정을 항공사가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판결한 것이 아니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17조 1항’을 근거로 환불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말그대로 항공사는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으로 항공권을 팔 수 없다는 판결이다.

하지만, 동법 시행령에는 ‘사전에 주문 취소 및 반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예외라고 하고 있다. 현재 모든 온라인 항공권 판매 사이트는 항공사가 규정한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을 구매전에 소비자에게 보이고 동의를 받는다. 물론 얼마나 큰 글씨로 눈에 잘 띄게 표시하는가는 다 제각각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필자의 짧은 법적 지식으로는, 왜 이 예외 조항이 무시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이나 법원의 판단은 당장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의 의견 또는 입장만을 반영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항공권이나 호텔방의 취소수수료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취소할 입장에 있는(또는 취소하여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의견일 것이다. 당장 본인의 이익과 크게 관계 없기에(또는 관계 없어 보이기에) 침묵하는 다수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 글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접할 것이라는 점과, 취소 수수료에 대해 검색하며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입장의 소비자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플라이트그래프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고객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1심 판결일 뿐이고, 항공사들은 계속해서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의 항공권을 팔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플라이트그래프는 어디까지나 항공사와 고객 사이에 항공권 구매를 대행해 줄 뿐이고, 환불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항공사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플라이트그래프는 아무런 힘도 없고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번 재판도 고객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소송까지 각오하지 않는한 환불 불가(또는 비싼 환불 수수료) 조건의 항공권을 7일 이내라고 수수료 없이 환불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일정을 확정하고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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